2015.09.01(1화)

소설 2015. 9. 1. 22:27
나는 오늘부로 한 작가를 집중마크하도록 명령받았다. 문학잡지의 편집을 맡고 있던 나는 '할일이 없으면 강작가라도 도와'라며 강제로 내쫒겨 졌다. 여기가 일본도 아니고 무슨 편집부에서 작가주위를 맴돌며 스토킹을 해야하는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남은 대출금과 오늘의 밥값이 나를 강작가의 집으로 향하게 했다. 미리 전화를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받지 않았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어딘가가 틀어져 있는데 이 강작가의 경우에는 그게 '무언'이었다. 메세지를 보내고 읽음확인을 한 뒤 좋은 인상을 위해 유명한 제과점의 과자셋트를 사서 초인종을 눌렀다. 외곽이라고는 하나 굉장히 크고 세련된 주택이었다. 대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는 바람에 놀랐지만 바로 옷매무세를 가다듬었다. 현관은 열려있었고 문을 열자 강작가가 바로 앞에 서있었다. "연락은 받으셨죠? 오늘부터 작가님을 도와드리기로한 사람입니다."
과자를 받은 강작가는 안을 슬쩍 확인하고는 고개를 꾸벅하고 먼저 들어가버렸다. 혼자살기엔 깨나 넓은 그의 집을 두리번 거리니 종이더미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테이블을 툭툭 쳐서 소리를 냈다. 그 위에는 '오타, 문법 및 맞춤법 오류, 기타 이해되지 않는 것 고쳐놓던가 메모해 두세요.'라는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아, 저 종이더미기 내 새로운 일거리구나.
그는 이과에다가 연구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썼다.
"이번 장르는 추리물이네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한번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것은 흘끔 한번 쳐다보는 그의 얼굴과 마지 못해 끄덕여지는 머리. 더 말을 걸어봤자 득될게 없어보여서 글씨가 읽기 좋게 펼쳐진 종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종이더미 전부가 그의 책에 들어갈 내용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인물들의 설정,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달리한것, 다른 시점으로 본 것 등 빼야 할 것도 많았다. 한참을 그의 글 속에 빠져있을 즈음, 현관문이 열렸다. 역시 혼자사는게 아니었나.
"어, 벌써 손님이 오셨어요? 그럼 문자라도 좀 해주시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내쪽에 손을 뻗어와서 평소처럼 인사하며 손을 마주잡았다.
"과자 사오신거에요? 우와 이거 엄청 맛있는데!"
부엌쪽에서 한참을 덜그럭거린 그 남자는 3명 몫의 커피와 내가 사온 과자를 꺼내왔다. 곰만한 사내가 조그마하고 예쁜 찻잔에 커피를 따르고 과자를 준비하는 모습은 괴기하기 짝이 없었다. 예쁘게 생긴 과자가 식탁에 놓이자마자 작가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선생님도 와서 드세요. 커피 못드시지는 않죠?"
감사를 표한뒤 마신 커피는 아주 맛이 훌륭했다. 왠만한 카페의 커피보다도 맛있었다. 이 집에 들어온지 두어시간 만에 들은 목소리라 반갑기도하고 같이 사는 듯 한데 친해져야하기도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와의 관계를 물어보자 당당하게 애인이라고 답했다. 그도 끄덕였다. '무언'뿐만이 아니라 그의 예술인 특유의 괴짜성은 '동성애'도 있었다. 이때까지 배워온 처세술로 유하게 웃으며 껄끄러운 대화를 넘겼다. 그는 커피를 다 마시고 과자까지 해치운 다음 먼저 일어서서 컴퓨터를 두드렸다. 멀리서 액정을 훔쳐보자 익숙한 화면이었다. 저건 분명히 우리 아들이 하던 유명한 게임이었다. 티비에서도 자주 광고하던 그런 부류였다. 내 앞에있는 남자도 그가 게임을 하는 걸 보았는지 한시간만 하라며 잔소리를 했다. 나도 커피를 마저 마시고 남은 종이들을 들춰봤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해서 회사로 돌아갔다가 하늘이 깜깜해진 뒤에야 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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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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