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01.28 넘어지기 전에 안아주기
  2. 2015.09.07 2015.09.07(4)
  3. 2015.09.06 2015.09.06(3)
  4. 2015.09.02 2015.09.02(2화)
  5. 2015.09.01 2015.09.01(1화)
내가 사랑하는 그는 곧잘 넘어진다. 그냥 걷다가도,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잘 넘어진다. 그러다 보니 그가 뭔가를 들어야 할 때면 내가 대신 들고. 걱정이 될 때는 걷지도 못하게 내가 안아서 옮겨주기도 했다. 아니, 솔직히말하자면 후자의 경우가 평소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자기 발로 침대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일어나면 아침밥을 준비하고, 그를 안아서 화장실로 간 뒤 씻기고, 다시 안아서 식탁에 앉히고, 다 먹으면 TV가 잘 보이는 위치의 쇼파에 앉힌 뒤 그가 좋아하는 채널을 켜주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그가 돌아다닐 때마다 그 뒤를 졸졸졸 따라다닌다. 극성맞아 보이겠지만 그가 싫다고 하지 않는 한, 나는 끝까지 그의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강릉으로 이사한 뒤의 그는 외출이 잦아졌다. 바다를 보러 나가고, 일출을 보러 나가고, 일몰을 보러 나가고, 달을 보러 나간다. 그럴때면 나는 노트북과 서류를 들고 한 눈으로는 일거리를 보고 한 눈으로는 그를 보건 했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정말 예쁘지 않냐고 물어올 때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예쁜 것은 그뿐이었다. 언제나 내게 가장 예쁜 것은 바다도, 해도, 달도 아닌 그였고, 나보다 바다가, 해가, 달이 예쁜 그가 조금도 밉지 않고 오히려 그의 칭찬을 받은 그들을 시샘했다. 어느날은 그가 넓은 눈밭을 보고 싶어했다. 마침 어제부터 눈이 꽤나 쌓였고 근처에 휴지기의 밭이 있는 곳을 봐두었기에 걸어서 그곳까지 가기로 했다. 다행히 밭에 도착할 때까지는 그가 한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두렁에 서있는 그를 찍고 있을 때 강한 바람이 불었다. 마른 눈이 바람에 휘날려 다시한번 내렸다. 그가 휘청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기를 거의 버리듯이 던지고 그에게 뛰어갔다. 그가 중심을 잃기 직전에 그의 팔을 잡고 강하게 당겼다. 그의 온기가 이렇게 다행스러웠던가...
그는 조금 넘어진다고, 무릎 좀 까진다고,  흙범벅이 되었다고 우는 그런 연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밖에서 안을 수 있는 기회는 적었기에, 그의 따뜻함을 천천히 음미했다.

-
2013년에 네이버 블로그에 써둔 걸 단어만 고쳐서 가져와봄...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9.07(4)  (0) 2015.09.07
2015.09.06(3)  (0) 2015.09.06
2015.09.02(2화)  (0) 2015.09.02
2015.09.01(1화)  (0) 2015.09.01
Posted by Morring
,

2015.09.07(4)

소설 2015. 9. 7. 21:50
오늘은 정말 김군이 크레페케이크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는 바쁜 듯 한쪽에 케이크를 밀어놓고 숫자와 영어가 빼곡한 화면을 들여더 보고 있었다. 간간히 무엇인지 가즘조차 못할 사진도 박혀있었다. 보고만 있던 김군이 긴 한숨과 함께 일어나 그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오색 찬란한 케이크를 한입크기로 잘라 먹여주었다. 처음엔 얌전히 받아먹던 작가가 시계를 슬쩍 버더니 그마저도 거부하며 이번엔 두꺼운 종이더미 위를 헤엄쳤다. 모처럼 먹고 싶던 것을 먹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가 헤쳐놓은 문서와 물건들을 처음처럼 정리해 놓았다. 자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이 알맞은 장소에 있다는게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김군도 고맙다며 남은 케이크를 포장해 주었다. 아마 이 케이크는 그냥 작가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지기 전에 안아주기  (0) 2018.01.28
2015.09.06(3)  (0) 2015.09.06
2015.09.02(2화)  (0) 2015.09.02
2015.09.01(1화)  (0) 2015.09.01
Posted by Morring
,

2015.09.06(3)

소설 2015. 9. 6. 22:50
그의 집에서 실금을 해버린 뒤로 병원을 핑계로 그 집을 피하고 있었는데 쉬는날인 오늘 김군이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 회사에선 사원의 정보를 외부인에게 이렇게 쉽게 넘기는 것이었나. 현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채 마주한 김군은 내 마음이라도 읽은 듯 내 집은 직접 찾아봤다고 했다.
"제가 모르는 사람을 제 사람과 만나게 둘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그것도 그렇네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로 옆으로 비켜섰으나 거절당했다. 김군은 단지 작가가 내가 없어 곤란해한다는 걸 알리려 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지와 그가 기뻐할만한 것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일을 해치운다는 말을 덧붙이며 돌아갔다. 저 입과 해치우다 라는 말은 왜인지 어색하면서도 잘어울렸다. 어차피 김군이 말하러 오지 않았더라도 내일부터는 그 집으로 다시 일하러 갈 예정이었다. 조금 더 늦장을 부렸겠지만서도.
다시 돌아가 응시하는 티비화면의 안에서는 예쁜 여자아이돌이 맛있는 크레페케이크를 먹고있었다. 내일은 김군이 저거해줬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며 채널을 돌렸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지기 전에 안아주기  (0) 2018.01.28
2015.09.07(4)  (0) 2015.09.07
2015.09.02(2화)  (0) 2015.09.02
2015.09.01(1화)  (0) 2015.09.01
Posted by Morring
,

2015.09.02(2화)

소설 2015. 9. 2. 21:10
어제에 이어 어김없이 큰 대문이 벌컥 열렸다. 현관문에 다다르자 작가의 애인이라고 했던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제 분명히 이름을 들었던 것 같은데 성이 김씨였던 것 밖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달콤한 향이 풍겼다. 어제의 테이블에 앉아 다 읽지 못했던 글들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달필인 그의 글솜씨는 내게 시간마저 잊게했다. 한 챕터에서 인물이 죽었을때 모든 것을 멈추고 있었는지 마침표와 함께 숨을 들이쉬었다. 테이블 옆에는 어제와 향이다른 커피와 들어올때 맡았던 그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마들렌이 내 손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만 떨어져 놓여있었다. 깜짝놀라 두리번거리니 두사람 모두 날 보고있었다.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
"그이는 참 사람을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죠?"
웃으며 예 하고 대답하고 단 것과 커피를 마시며 고맙다고 했다. 작가를 돌아보니 이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그 게임이었다. 그 상상속 세계에서 그를 끌어내 수정할 부분에 대해 설명을 받고 오늘분 종이뭉치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 호주로 유학을 간 아들과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올 시간인데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이제 귀찮아진 건가. 회사에 도착해서 가방을 학인하니 휴대폰이 없었다. 그집에 두고온 듯 하였다. 회사 전화로 통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집으로 돌아갔다. 대문은 열려있었다. 잊어버리고 잠그지 않았나? 현관도 열린 채였다. 집안은 불이 하나도 켜져있지 않아 어두웠다. 빨리 전화기만 챙겨 나오려는데 누가 뒤에서 날 넘어트렸고 그대로 제압당해 업드린채 발로 눌렸다. 머리 옆으로 일본식 칼이 꽂혔다.
"어떤 새끼가 겁도 없이 여길 쳐들어와?"
작가의 목소리도, 애인의 목소리도 아니였다. 오늘 봤던 소설 속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도 날카로운 칼같은 무기로 목이 잘렸다고 했다. 사지가 벌벌 떨리고 실금까지 해버렸다. 갑자기 불이 켜지고 누군가 들어오더니 등뒤로 느껴졌던 무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넌 어떤 새낀데 바닥에 칼을 꽂아?"
나를 누르고 있던 남자가 김군에 의해 넘어지며 죄송하다고 빌었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들린 것도 같다.
"괜찮습니까. 선생님?"
나를 일으켜주며 샤워를 권유하는 건 분명히 김군이었다.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그런 사업일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다. 단편만 봐서 그런 걸 거다. 저기 내가 싼 오줌을 닦고있는 남자는 그냥 무기매니아 같은 거고 나이가 많은 그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결론지은 나는 욕실에 가서 최대한 빨리 몸을 씻고 나왔다.
"휴대폰은 못 봤는데요?"
김군에게 오늘 멋대로 들어온 이유를 말하자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해주었다. 아까 칼든 사내를 대하던 투와는 정반대였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오늘 집을 나오면서부터 전화를 두고나온 게 기억났다. 그에게 사과하며 그집을 나섰다. 일본도의 남자가 밖까지 마중나와 깍듯하게 인사해주었다. 인사성이 참 바른 사람인 것 같았다. 집에 와보니 전화기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번 와있었다. 대부분 와이프에게서였다. 그녀가 안심하도록 다시 전화했고 오랜만에 길게 통화했다. 달이 없는 만큼 밝지 않은 밤이었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지기 전에 안아주기  (0) 2018.01.28
2015.09.07(4)  (0) 2015.09.07
2015.09.06(3)  (0) 2015.09.06
2015.09.01(1화)  (0) 2015.09.01
Posted by Morring
,

2015.09.01(1화)

소설 2015. 9. 1. 22:27
나는 오늘부로 한 작가를 집중마크하도록 명령받았다. 문학잡지의 편집을 맡고 있던 나는 '할일이 없으면 강작가라도 도와'라며 강제로 내쫒겨 졌다. 여기가 일본도 아니고 무슨 편집부에서 작가주위를 맴돌며 스토킹을 해야하는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남은 대출금과 오늘의 밥값이 나를 강작가의 집으로 향하게 했다. 미리 전화를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받지 않았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어딘가가 틀어져 있는데 이 강작가의 경우에는 그게 '무언'이었다. 메세지를 보내고 읽음확인을 한 뒤 좋은 인상을 위해 유명한 제과점의 과자셋트를 사서 초인종을 눌렀다. 외곽이라고는 하나 굉장히 크고 세련된 주택이었다. 대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는 바람에 놀랐지만 바로 옷매무세를 가다듬었다. 현관은 열려있었고 문을 열자 강작가가 바로 앞에 서있었다. "연락은 받으셨죠? 오늘부터 작가님을 도와드리기로한 사람입니다."
과자를 받은 강작가는 안을 슬쩍 확인하고는 고개를 꾸벅하고 먼저 들어가버렸다. 혼자살기엔 깨나 넓은 그의 집을 두리번 거리니 종이더미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테이블을 툭툭 쳐서 소리를 냈다. 그 위에는 '오타, 문법 및 맞춤법 오류, 기타 이해되지 않는 것 고쳐놓던가 메모해 두세요.'라는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아, 저 종이더미기 내 새로운 일거리구나.
그는 이과에다가 연구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썼다.
"이번 장르는 추리물이네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한번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것은 흘끔 한번 쳐다보는 그의 얼굴과 마지 못해 끄덕여지는 머리. 더 말을 걸어봤자 득될게 없어보여서 글씨가 읽기 좋게 펼쳐진 종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종이더미 전부가 그의 책에 들어갈 내용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인물들의 설정,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달리한것, 다른 시점으로 본 것 등 빼야 할 것도 많았다. 한참을 그의 글 속에 빠져있을 즈음, 현관문이 열렸다. 역시 혼자사는게 아니었나.
"어, 벌써 손님이 오셨어요? 그럼 문자라도 좀 해주시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내쪽에 손을 뻗어와서 평소처럼 인사하며 손을 마주잡았다.
"과자 사오신거에요? 우와 이거 엄청 맛있는데!"
부엌쪽에서 한참을 덜그럭거린 그 남자는 3명 몫의 커피와 내가 사온 과자를 꺼내왔다. 곰만한 사내가 조그마하고 예쁜 찻잔에 커피를 따르고 과자를 준비하는 모습은 괴기하기 짝이 없었다. 예쁘게 생긴 과자가 식탁에 놓이자마자 작가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선생님도 와서 드세요. 커피 못드시지는 않죠?"
감사를 표한뒤 마신 커피는 아주 맛이 훌륭했다. 왠만한 카페의 커피보다도 맛있었다. 이 집에 들어온지 두어시간 만에 들은 목소리라 반갑기도하고 같이 사는 듯 한데 친해져야하기도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와의 관계를 물어보자 당당하게 애인이라고 답했다. 그도 끄덕였다. '무언'뿐만이 아니라 그의 예술인 특유의 괴짜성은 '동성애'도 있었다. 이때까지 배워온 처세술로 유하게 웃으며 껄끄러운 대화를 넘겼다. 그는 커피를 다 마시고 과자까지 해치운 다음 먼저 일어서서 컴퓨터를 두드렸다. 멀리서 액정을 훔쳐보자 익숙한 화면이었다. 저건 분명히 우리 아들이 하던 유명한 게임이었다. 티비에서도 자주 광고하던 그런 부류였다. 내 앞에있는 남자도 그가 게임을 하는 걸 보았는지 한시간만 하라며 잔소리를 했다. 나도 커피를 마저 마시고 남은 종이들을 들춰봤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해서 회사로 돌아갔다가 하늘이 깜깜해진 뒤에야 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지기 전에 안아주기  (0) 2018.01.28
2015.09.07(4)  (0) 2015.09.07
2015.09.06(3)  (0) 2015.09.06
2015.09.02(2화)  (0) 2015.09.02
Posted by Mor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