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2(2화)

소설 2015. 9. 2. 21:10
어제에 이어 어김없이 큰 대문이 벌컥 열렸다. 현관문에 다다르자 작가의 애인이라고 했던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제 분명히 이름을 들었던 것 같은데 성이 김씨였던 것 밖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달콤한 향이 풍겼다. 어제의 테이블에 앉아 다 읽지 못했던 글들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달필인 그의 글솜씨는 내게 시간마저 잊게했다. 한 챕터에서 인물이 죽었을때 모든 것을 멈추고 있었는지 마침표와 함께 숨을 들이쉬었다. 테이블 옆에는 어제와 향이다른 커피와 들어올때 맡았던 그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마들렌이 내 손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만 떨어져 놓여있었다. 깜짝놀라 두리번거리니 두사람 모두 날 보고있었다.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
"그이는 참 사람을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죠?"
웃으며 예 하고 대답하고 단 것과 커피를 마시며 고맙다고 했다. 작가를 돌아보니 이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그 게임이었다. 그 상상속 세계에서 그를 끌어내 수정할 부분에 대해 설명을 받고 오늘분 종이뭉치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 호주로 유학을 간 아들과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올 시간인데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이제 귀찮아진 건가. 회사에 도착해서 가방을 학인하니 휴대폰이 없었다. 그집에 두고온 듯 하였다. 회사 전화로 통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집으로 돌아갔다. 대문은 열려있었다. 잊어버리고 잠그지 않았나? 현관도 열린 채였다. 집안은 불이 하나도 켜져있지 않아 어두웠다. 빨리 전화기만 챙겨 나오려는데 누가 뒤에서 날 넘어트렸고 그대로 제압당해 업드린채 발로 눌렸다. 머리 옆으로 일본식 칼이 꽂혔다.
"어떤 새끼가 겁도 없이 여길 쳐들어와?"
작가의 목소리도, 애인의 목소리도 아니였다. 오늘 봤던 소설 속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도 날카로운 칼같은 무기로 목이 잘렸다고 했다. 사지가 벌벌 떨리고 실금까지 해버렸다. 갑자기 불이 켜지고 누군가 들어오더니 등뒤로 느껴졌던 무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넌 어떤 새낀데 바닥에 칼을 꽂아?"
나를 누르고 있던 남자가 김군에 의해 넘어지며 죄송하다고 빌었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들린 것도 같다.
"괜찮습니까. 선생님?"
나를 일으켜주며 샤워를 권유하는 건 분명히 김군이었다.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그런 사업일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다. 단편만 봐서 그런 걸 거다. 저기 내가 싼 오줌을 닦고있는 남자는 그냥 무기매니아 같은 거고 나이가 많은 그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결론지은 나는 욕실에 가서 최대한 빨리 몸을 씻고 나왔다.
"휴대폰은 못 봤는데요?"
김군에게 오늘 멋대로 들어온 이유를 말하자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해주었다. 아까 칼든 사내를 대하던 투와는 정반대였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오늘 집을 나오면서부터 전화를 두고나온 게 기억났다. 그에게 사과하며 그집을 나섰다. 일본도의 남자가 밖까지 마중나와 깍듯하게 인사해주었다. 인사성이 참 바른 사람인 것 같았다. 집에 와보니 전화기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번 와있었다. 대부분 와이프에게서였다. 그녀가 안심하도록 다시 전화했고 오랜만에 길게 통화했다. 달이 없는 만큼 밝지 않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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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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