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7(4)

소설 2015. 9. 7. 21:50
오늘은 정말 김군이 크레페케이크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는 바쁜 듯 한쪽에 케이크를 밀어놓고 숫자와 영어가 빼곡한 화면을 들여더 보고 있었다. 간간히 무엇인지 가즘조차 못할 사진도 박혀있었다. 보고만 있던 김군이 긴 한숨과 함께 일어나 그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오색 찬란한 케이크를 한입크기로 잘라 먹여주었다. 처음엔 얌전히 받아먹던 작가가 시계를 슬쩍 버더니 그마저도 거부하며 이번엔 두꺼운 종이더미 위를 헤엄쳤다. 모처럼 먹고 싶던 것을 먹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가 헤쳐놓은 문서와 물건들을 처음처럼 정리해 놓았다. 자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이 알맞은 장소에 있다는게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김군도 고맙다며 남은 케이크를 포장해 주었다. 아마 이 케이크는 그냥 작가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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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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